
커피를 배운다는 건, 단순히 ‘내리는 방법’을 익히는 게 아니라 매일 조금씩 나를 바꿔가는 일이기도 해요. 어제는 선생님께서 제 홈카페에 와주셔서 머신 상태를 하나하나 확인해 주셨어요. 세팅부터 그라인더 조정, 추출 압력, 청소까지 알려주셔서 혼자서 막연하게 따라 했던 모든 과정에 이유가 생기고, 열심히 꾸준하게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리고 그때 들었던 말들, 선생님의 손동작,
그 따뜻한 말투까지 오래 머릿속에 남아 있었어요.

그 여운 때문인지 자연스럽게 커피 생각이 났고, 빨리 하고 싶은 마음에 머신을 켜고 그라인더 앞에 섰어요. 포터필터를 꺼내고, 원두를 도징하고, 탬핑할 때까지 어제 배운 기억을 꺼내며 하나하나 따라 해 봤어요.

두 줄로 또르르 흐르는 에스프레소. 거품이 올라오고, 향이 퍼질 때 어제와 이어지는 연습의 감각이 느껴졌어요. 추출한 에스프레소는 얼음을 채운 유리잔에 붓고 시원한 아이스 아메리카노로 완성. 하루의 시작을 깨우는 향과 온도. 오늘 첫 커피는 단순한 한 잔이 아니라 ‘어제의 나’를 기억하게 해주는 시간이었어요.

어제의 했던 라떼아트 연습도 다시 해봤어요. 스티밍은 여전히 어려웠어요. 잘 되기도 했다가 약간의 흔들림에 잘 되지 않기도 해요 어제 배운 그대로 스팀봉 위치, 피처의 각도, 거품의 질감을 떠올리며, 다시 천천히 했어요. 어제는 선생님과 2단 하트 연습했었어요.
"하트를 그리고, 그 위에 또 하나 그리는 것" 생각보다 더 어렵고, 더 집중이 필요했어요. 오늘은 그걸 꼭 다시 해보고 싶었어요.
하트를 하나 그린 후, 잔을 살짝 움직이며 그 위에 조심스럽게 또 하나를 그렸어요. 내가 봐도 예쁜 그림을 올렸어요. 꾸준하게 매일 떼하는 게 중요하니 연습 또 연습을 해야 돼요. 잘 그릴 때까지요.
베란다 창가에 앉아 창 밖의 나무들과 키우고 있는 커피나무들을 바라봤어요. 오늘은 유난히 잎이 반짝여 보였어요. 내가 커피를 배우고 알아가는 시간은 매일 똑같지는 않지만, 안에서 조금씩, 분명히 변해가고 있어요. 나아지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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