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딸이 추천해 준 한 권의 책
2023년 1월, 딸이 함께 읽고 싶다고 선물한 책을 읽었었다.
배우 김혜자의 『생애 감사해』는 단순한 회고록이 아니라,
한 사람의 인생을 담담히 돌아보며 ‘감사’로 마무리하는 기록이었다.
그때는 인스타그램에 짧게만 남겼지만,
다시 펼쳐본 책 속 밑줄은 여전히 마음을 멈추게 했다.
계절이 바뀌고 시간이 흘러도,
그 문장들은 변하지 않은 온도로 내 안에 남아 있었다.
2. 밑줄로 남은 문장
내 삶은 때론 불행했고, 때론 행복했습니다.
삶이 한낱 꿈에 불과하다지만 그래도 살아서 좋았습니다.
새벽의 쨍한 차가운 공기,
꽃이 피기 전 부는 달큰한 바람,
해 질 무렵 우리나는 노을의 냄새.
어느 하루 눈부시지 않은 날이 없었습니다.
지금 삶이 힘든 당신,
이 세상에 태어난 이상,
당신은 이 모든 걸 매일 누릴 자격이 있습니다.
대단하지 않은 하루가 지나고 또 별거 아닌 하루가 온다 해도
인생은 살 가치가 있습니다.
후회만 가득한 과거와 불안하기만 한 미래 때문에
지금을 망치지 마세요.
오늘을 살아가세요.
눈이 부시게.
당신은 그런 자격이 있습니다.
이 한 장의 문장은 책의 모든 것을 설명해 준다. 짧은 글 안에 ‘삶의 불완전함’, ‘지금의 아름다움’,
그리 ‘존재 그 자체의 가치’가 모두 들어 있다.
3. 백상예술대상 수상소감으로 이어진문장
2019년 5월 1일, 김혜자 선생님은
제55회 백상예술대상 TV부문 대상을 수상하며 이렇게 말했다.
"살아있다는 게,
그냥 그것만으로도 감사하다.
오늘을 살아가세요.
눈이 부시게.
당신은 그런 자격이 있습니다."
"제가 지금 이 자리에 있는 건
함께한 모든 분들 덕분입니다.
작품을 통해 '눈이 부시게' 살아가는 인생의 의미를 나누고 싶었습니다.
모두에게 감사드립니다."
이 수상소감은 당시 방영 중이던 드라마 〈눈이 부시게〉의 마지막 내레이션과 맞닿아 있었고,
그 문장은 이후 수많은 사람들의 마음속에 오래 남았다.
그로부터 1년 뒤, 2020년 5월,
김혜자 선생님은 그 감정과 철학을 담은 책
『생애 감사해』(수오서재) 를 펴냈다.
이 책은 수상소감의 여운을 확장해,
배우로서, 한 인간으로서
‘감사하며 살아가는 태도’를 담은 에세이로 완성되었다.
4. 책을 덮으며
『생애 감사해』는 화려한 배우의 이야기가 아니라,
삶을 사랑하고 받아들이는 한 인간의 고백이다.
불완전한 삶일지라도, 감사할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살아 있음’ 아닐까.
비 내리는 오전, 창가에 앉아 책의 마지막 장을 덮었다.
『생애 감사해』 속 문장들이 마음속에 잔잔히 남는다.
“오늘을 살아가세요. 눈이 부시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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